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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소리

2020년 9월 2020년 9월. 다시 돌아왔다. 연속성과 불연속성, 항상성과 변화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전과 같지 않을 것이니. 더보기
또 다른 인사 지금까지 살아 온 날에서 오늘이 가장 늙은 날이다. 동시에 앞으로 살아갈 날을 떠올리면 오늘이 나에게 가장 젊은 날이다. "... 때는 서른 한 살이었어요" 라며 여러모로 활력이 있고 왕성했었던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는 것을 보면서,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서른 한 살은 어땠지? 새삼 물어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난 기억한다, 당신이 서른이라는 기점을 지날 때 당신 스스로도 가장 늙어있었다는 것을. 오히려 지금보다. 그때의 당신은, 또 다시 살아갈 날을 생각하며 오늘이 가장 젊은 날임을, 바래져가기는 해도 여전히 '청춘'임을 굳이 상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앞으로 살아갈 날은 어떠할까. 긴장으로 빳빳해진 몸과 마음을 붙잡고 또 아찔한 앞날을 생각해본다. 어떤 혼란과 어떤 기대. 또.. 더보기
fatalite https://youtu.be/5eOjIT4JDJs 더보기
going nowhere "... 다른 많은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그 운동의 존재 방식에 환멸을 느꼈습니다. 거기에는 뭔가 잘못된 것, 옳지 않은 것이 포함되어 있다. 건전한 상상력이 상실되어버렸다.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 거센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 우리 마음속에 남겨진 것은 뒷맛이 씁쓸한 실망감뿐이었습니다. 아무리 거기에 올바른 슬로건이 있고 아름다운 메시지가 있어도 그 올바름이나 아름다움을 뒷받침해줄 만한 영혼의 힘, 모럴의 힘이 없다면 모든 것은 공허한 말의 나열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가 그때 몸으로 배운 것은, 그리고 지금도 확신하는 것은, 그런 것입니다. 말에는 확실한 힘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힘은 올바른 것이 아니어서는 안 됩니다. 적어도 공정한 것이 아니어서는 안 됩니다. 말이 본래의 의미를 .. 더보기
먼 곳에서 미지의 땅과, 마지막 프런티어는 나의 내부에 있다. 더보기
떠나오다 원했던 모양새는 아니었지만, 바래왔던 것처럼 떠나왔다. 그럼 얼마나 다르게 살아가고 있는가? 환경을 바꾼다는 것은, 새로운 공기와 함께 지난 것을 잊게 해주는 모양이지만, 어쩐지 나는 다르면서도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날마다 새로운 바람을 맞고 그 속에 실려오는 다른 공기를 마시고, 다른 사람들을 스쳐지나가지만, 어정쩡한 자세로 같은 마음가짐과 같은 태도를 가진 나를 바라보며, 무엇이 달라질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나는 무엇을 바래왔을까? 무엇이 내게 소중했을까? 무엇을 그토록 버리고 싶었을까? 새로운 공간에 같은 질문을 계속 던져 놓는다. 잔뜩 밀린 빨래더미들처럼 소소한 짐거리를 쌓아두며 짓눌리는 것이 (바라진 않았지만) 나 그 자체일지도. 더보기
머무름의 역설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 시간을 들여서 머무른다는 것의 의미를 아직 모르겠다. 아주 가볍게 읽고 넘길 흥밋거리에도 울컥하게 될 때가 있다. 무엇이 내 맘을 걸리게 하는지 살펴보면, 결국은 '멈추어 보는 것,' '전방위적인 노력과 애쓰던 마음을 내려놓는 것' 이라는 구절에 있다. 사명감에서 벗어나는 것, 당위성에서 해방되는 것, 어떤 기대와 부담과 짐을 내려놓는 것. 혹은 즐거움 따위가 사실 다 무엇인가, 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버리는 것. 꿈에서 깨듯 번뜩 깨달았다면, 모든 것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 데 환경에 결부된 고질적인 습관과 관성들이 자꾸 눈을 어둡게 한다. 가장 어두운 새벽에 깨어 의식이 채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혹은 중독 같은 것. 지난 며칠간은 잔뜩 지쳐 하루종일 억지로 잠을 .. 더보기
from, to, 오랜만에 하루키의 를 꺼내들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내가 변할지언정, 언제든지 꺼내들어 읽게되는 책이 있다. 아무리 내가 변해왔어도, 여전히 되고 싶은 내가 여전히 저 멀리에 있음을 느낀다. 인용된 적 없는 내 삶의 레퍼런스. 자발적인 마음과 의지, 일정한 체념과 납득, 흔들리지 않는 일상, 그런 것들. 욕심부리며 살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과연 무엇이 욕심인지도 모른채 살아간다. 흘러가는 대로 나를 맡기고 싶으면서도 발이 닿지 않는 그 깊이가 나는 정녕 두렵다. 그렇다고 단단하게 굳어있는 현실을 살지 못하는 것 또한 버겁다. 과연 나를 구원할 수 있을까. 나는 어디로 흘러가려고 하는 것일까. 어느 깊은 물 속에 잠겨 어떤 바다로 흘러가고 있는 것인가. 내 마음 속에서 아련하게 들렸던 먼 북소리는 그저 .. 더보기
길 위에서 길 위에 서면 나는 서러웠다. 갈 수도, 안 갈 수도 없는 길이었으므로 돌아가자니 너무 많이 걸어왔고, 계속 가자니 끝이 보이지 않아 너무 막막했다. 허무와 슬픔이라는 장애물, 나는 그것들과 싸우며 길을 간다. 그대라는 이정표 나는 더듬거리며 길을 간다. 그대여, 너는 왜 저만치 멀리 서 있는가 왜 손 한번 따스하게 잡아주지 않는가 길을 간다는 것은, 확신도 없이 길을 간다는 것은 늘 쓸쓸하고도 눈물겨운 일이었다. 이정하, 길 위에서 더보기
오늘도 떠나는 꿈 "내가 머무는 동안 알람브라 궁전이 야간 개장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평생 하렘에서 인생을 보낸 이슬람 군주처럼 보름을 탕진했고, 떠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밤의 알람브라 궁전에 들어가보지 못한 채 그라나다를 떠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저 멀찌감치 그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만 보면서, 마치 궁전과 후궁을 남겨둔 채 허겁지겁 도망치는 군주처럼. 마드리드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나는 깨달았다. 나중에 다시 와서 밤의 알람브라 궁전을 꼭 봐야지, 하는 초등학생 같은 다짐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왜냐하면 여행에서 두 번 다시란 없으니까. 다시 왔을 때 나는 그때의 그 사람이 아닐 테니까. 국경 쪽으로 세차게 부는 바람 속으로 날아가던 모자처럼 여행지에 내가 남겨 두고 온 것은 또 얼마나 많..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