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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하루키

두 개의 달이 뜨는 세계, 1Q84 아오마메는 철책에 기대어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두말할 것 없이 맑은 날씨다. 깊은 청색을 배경으로 가늘고 곧은 구름이 몇 줄기 떠 있었다. 한참 저 멀리까지 하늘을 내다볼 수 있다. 도시의 하늘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달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달은 어디로 가버렸을까. 뭐, 됐어. 달은 달이다. 나는 나다. 우리에게는 저마다의 삶이 있고 저마다의 예정이 있다. -제23장 아오마메, 559. 게다가 이 세계에 (혹은 그 세계에) 달이 한 개밖에 없건, 두개가 있건 세대가 있건, 결국 덴고라는 인간은 단 한 사람밖에 없다. 거기에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 어디에 있더라도 덴고는 덴고일 뿐이다. 고유의 문제를 안고 있고, 고유의 자질을 가진 한 명의 똑같은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 이야기.. 더보기
먼 북소리 그것은 예감과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30대 중반을 지날 무렵부터 그 예감은 나의 몸속에서 조금씩 부풀어갔다. 그렇지 때문에 그런 변화가 오기 전에, 즉 내 자신 속에서 정신적인 탈바꿈이 이루어지기 전에 뭔가 한 가지 보람 있는 일을 남기고 싶었다. 아마도 나는 이제 더 이상 이런 종류의 소설은 쓰지 않을 거이다(쓸 수 없을 것이다), 라고 할 만한 작품을 써놓고 싶었다. 나이를 먹는 것은 그다지 두렵지 않았다. 나이를 먹는 것은 내 책임이 아니다. 누구나 나이는 먹는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두려웠던 것은 어느 한 시기에 달성해야 할 무엇인가를 달성하지 않은 채로 세월을 헛되이 보내는 것이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다. 그것도 내가 외국으로 나가려고 생각한 이유 중 하나였다. 일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