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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말하자면 이런 식이에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 심연이 존재합니다. 그 심연을 뛰어넘지 않고서는 타인의 본심에 가닿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우리에게는 날개가 필요한 것이죠. 중요한 건 우리가 결코 이 날개를 가질 수 없다는 점입니다. 날개는 꿈과 같은 것입니다. 타인의 마음을 안다는 것 역시 그와 같아요. 꿈과 같은 일이라 네 마음을 안다고 말하는 것이야 하나도 어렵지 않지만, 결국에 우리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방법은 없습니다. 그럼 날개는 왜 존재하는 것인가? 그 이유를 잘 알아야만 합니다. 날개는 우리가 하늘을 날 수 있는 길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날개가 없었다면, 하늘을 난다는 생각조차 못했을 테니까요. 하늘을 날 수 없다는 생각도 못했.. 더보기
날마다 하나의 낮이 종말을 고한다 우리가 중학생이던 1983년, 일요일 아침마다 MBC에서 이라는 일본 만화영화 시리즈를 방영했다. 그 만화영화는 1999년 9월 9일 0시 9분 9초에 1000년을 주기로 한 유성이 지구와 충돌해 인류가 멸망한다는 종말론을 배경으로 깔고 있었다. 그때 우리는 이런 생각을 했다. 1999년이면 우리가 서른 살이 되는 해이니, 그 정도면 인생을 다 산 것인데 지구가 멸망한들 뭐가 아쉬울까? 에서 말한 종말의 시간인 1999년을 넘기고 보니, 결코 인생이 쉽게 끝나는 건 아니었다. 그렇긴 해도 서른이 되면서 뜨겁고 환하던 낮의 인생은 끝이 난 듯한 기분은 들었다. 그다음에는 어둡고 서늘한, 말하자면 밤의 인생이 시작됐다. 낮과 밤은 이토록 다른게 왜 이 둘을 한데 묶어서 하루라고 말하는지. 마찬가지로 서른 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