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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그 후



일시적인 것인지, 혹은 내 인생 전반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지 잘 판단이 안선다. 하지만 어느 한 쪽 구석이 계속 병이 든 것 처럼 시름시름한다. 언젠가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명확한 답을 내리기 보다는 자꾸 자꾸 질문만 던지는 것 같다고.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들을 내 안쪽 구석에 자꾸 던져놓으면, 결국 지칠 수밖에 없다고. 맞는 말이다. 


질문의 습관은 결국 답을 찾기 위해 생긴 것은 아니다. 펀치를 뚫는 것처럼 하나씩 '펑'하고 생겨나는 여러 의혹의 균열들을 내 힘으로는 도저히 메꿀 수가 없어서 시작된 것이다(정신작용면에서 보자면 사실 메꾸고 싶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잘 모르겠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내 주관을 세우기 위해서는 언젠가는 이런 질문에 답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언젠가'는, 오지 않을 미래의 어느 순간이 아니라 어쩌면 바로 지금부터일수도. 수많은 가치들 사이에서 방황하고, 현실적인 문제들 사이에서 위축되어 가는 자신을 생각하면 쩔쩔매게 된다. 계속 안절부절한다. '종합적인 판단'에 대한 열망이, 그 추구가 이렇게 어려운 것이다. 그게 정답이다, 이게 내 생각이다, 라고 말하게 될 때 어느 한 곳에서 오는 씁쓸한 맛을 언제, 그리고 어떻게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웅크려앉는 자아의 무게가 불어나고, 그 밀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