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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어느 한쪽의 이야기를 듣는 것 만으로는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어렵다. 실체적 진실이란 있는 것일까. 사람은 다면적이고도 다층적이며, 각자의 인생은 그 나름내로는 견고해 보일지 모르나, 프리즘처럼 하나의 빛을 여러 방면으로 진행시키기도, 다른 색깔의 빛으로 가르기도 한다.  실체적 진실이 존재한다 할지라도, 이 경우에 우리는 그것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인지? 우리가 아는 것은, 그리고 판단하는 것은 언제나 그 불완전함, 불확정성에 기인하고 있지만, 우리는 마치 단단한 땅을 밟고 무너지지 않을 기둥 위에 서있는 것처럼 이성의 끈을 붙잡고 산다. 어른이란 무엇일까. 우리 모두는 불완전하고, 편향되어 있으며, 너무도 쉽게 천박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성인이 되는 걸까. 제 구실을 하며 사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많은 것을 감당하고 살 수 있는 것 같지만, '제 구실'은 대체 무언지.

 

때로 무심코 던진 말, 어떤 표정, 혹은 어떤 침묵만으로도 위화감을 느낀다. 그 누가 뭐라하지 않는데도 내 머리 속과 마음 속이 쉽게 소란스러워지는 이유는 그런 예민함 때문이겠지. 일상은 소소한 즐거움으로 채워보자는 올 한 해의 다짐과는 무관하게, 갈수록 산다는 것이,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옳은 방향으로 살아나가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