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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자격


"나는 내가 무언가를 처음 상태로 되돌려놓는 일에 지나치게 매달린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는 언제든지 눈앞의 이걸 본래의 상태로 복구시킬 수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안정감을 찾는 것 같다. 그러나 여태 살아보니 본래 상태로 온전히 복구시킬 수 있는 거라고는 컴퓨터 복원과 청소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청소에 매달린다. 청소를 하면 회복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을 붙잡고 되돌려지지 않는다는 사실 앞에 늘 너무 오랫동안 분개했던 것 같다. 특히 인간관계가 그랬다. 거기에는 어떤 오해나 실수가 있더라도 어찌됐든 돌이킬 수 있어야만 진짜 우정이고 진짜 사랑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진짜 사랑과 진짜 우정이란 진짜와 가짜를 나누는 서로 다른 논리들 앞에서 유명무실해진다. 사실 언제든 돌이킬 수 있다는 믿음은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 않게 하고 결과적으로 사람을 좀 비겁하게 만든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최소한 내가 실패한 관계들은 대개 그랬던 것 같다. 결국, 우리는 모두 순순히 누군가의 과거가 될 용기가 필요하다. 돌이키고 되돌리는 것에 대한 집착은 좀 느슨하게 내버려두고 말이다. 청소는 이제 좀 지겹다."



허지웅, 청소집착남의 돌이킬 수 없는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