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을 다녔다. 여전히 학적은 있지만, 더이상 다니지 않고 있어서 과거형이 되었다.
시작은 사소하고, 과정은 고되었으나 그 곳엔 웃음도 있었다. 철없는 열정, 순수한 의지, 형체도 없이 간절했던 청춘의 조각.
사소한 균열로 시작하여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게 된 계기들을 다시 생각해본다. 당시엔 몰랐지만 내 안에 깊어지고 있는 생각들, 이제 시비를 가지리 않고도 말할 수 있는 결론들.
여전히 진행형이라 그 시간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낼 수는 없을 것이다. 명시적으로 이제까지 쓰지 못했던 것은 내 안에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었기 때문이고, 또한 제대로 정리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현듯 단편적으로나마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지금 내 마음 속의 의혹들을, 실망들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런 말 조차 새삼스러워졌지만.)
'학문공동체'라는, 지식욕이 있는 청춘들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기꺼이 그 청춘을 소모시켜버린 그 공간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는,
정작 던져야 할 질문들을 제대로 제기하는 법을,
그리고 그러한 질문을 고민하는 자세를,
그런 고민과 함께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리고 더 큰 재앙은, 그 책무를 방기함으로써 그러한 자세를 취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축시키고, 우스운 존재로 전락시켰다는 것이다.
그들은 무관심했으며, 비열했고, 명확한 비전도 기준도 없었다. 남은 건 권위와 허풍,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는 프로젝트들, 그리고 무의미한(무책임한) 말들.
언제든 돌이켜봐도,
천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