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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에 책임을 다한다는 것

black_bird 2016. 12. 6. 15:08


이젠 자신의 삶에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모르겠다. 어찌됐든 간에 여기까지 살아왔고 엄청난 시간을 스스로 뚫고 나아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자유함을 꿈꾸고 있는 것, 그 결과 현재까지의 삶과는 이별하고 있는 것, 만일 지금까지 내게 주어진 책임을 다해왔다고 인정해준다면, 내가 짊어지고 온 것은 아마 이러한 것들일 것이다. 


어쩌면 작고 사소한 인생의 여러 지점들이었을지 모른다. 속이 상했다. 정말 속이 상해서 입밖으로 꺼내는 것만으로도 나를 아프게 했고, 근데도 입을 꽉 다무는 것조차 그렇게 아팠고, 침묵하지 못해서 결국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렸다. 충분히 어렸고, 아직까지 '사소함'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은 내가 아직까지도 덜 자랐기 때문일수도 있고, 여전히 그 아픔을 작은 것으로 치부하고 넘기고 싶을 만큼 못내 어린 마음 때문일수도 있다. 어쨌든, 결국 멀어지고 멀어져 작고 사소한 인생의 한 지점이 될 것이다. 


삶에는 여러 전선이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전선에서 싸워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당연한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경험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사실 어떤 전선에서 때로는 지기도 했고, 뭐 그럴 수도 있지 라며 받아들인 적 또한 있었다. 받아들이고 말고를 떠나 그리 큰 임팩트가 없던 일들도 있었다. 그렇게, 삶의 모든 측면을 전쟁이라고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비교적 최근엔 지고싶지 않았던 주요 전장에서 죽지 않고 겨우 살아나왔을 뿐, 사실 죽는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고 느낄만큼 쓰라린 패배를 겪었다고 생각했다. 져버렸어, 그리고 나 잃어버렸어.이제 다시는 싸우고 싶지 않다, 그리고 다시는 전선에 나가고 싶어지지 않을 정도로.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자. 대신 내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걷자. 단 한번도 원하는 삶을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이런 생각이 든다. 그건 정말 중요한 것을 잃어버렸거나, 중요한 색을 지워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은 사소한 점으로 남아버리게 될. 늘 삐딱하게 살아왔다고 착각했지만, 이제는 받아들이고도, 인정하며, 가끔은 눈을 감고 서있을수도, 뒤돌아 갈수도 있는 용기. 나는 그런게 필요했다. 그래, 나도 나를 지나치게 사랑했다.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미워했다. 무성한 수풀을 헤치며 때로는 눈을 감아버리며 어디든 가고 있는 것. 애초에 길이란 건 없는 것이었다. 그런 것들을 인정하는 것만이 이제는 내 삶에 대해 내가 짊어질 수 있는 책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