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북소리
떠나오다
black_bird
2020. 1. 14. 04:57
원했던 모양새는 아니었지만, 바래왔던 것처럼 떠나왔다. 그럼 얼마나 다르게 살아가고 있는가? 환경을 바꾼다는 것은, 새로운 공기와 함께 지난 것을 잊게 해주는 모양이지만, 어쩐지 나는 다르면서도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날마다 새로운 바람을 맞고 그 속에 실려오는 다른 공기를 마시고, 다른 사람들을 스쳐지나가지만, 어정쩡한 자세로 같은 마음가짐과 같은 태도를 가진 나를 바라보며, 무엇이 달라질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나는 무엇을 바래왔을까? 무엇이 내게 소중했을까? 무엇을 그토록 버리고 싶었을까? 새로운 공간에 같은 질문을 계속 던져 놓는다. 잔뜩 밀린 빨래더미들처럼 소소한 짐거리를 쌓아두며 짓눌리는 것이 (바라진 않았지만) 나 그 자체일지도.